《2016 타이틀매치》전, "빛나는 폭력, 눈감는 별빛"...연대와 화합의 가능성은?

주재환 작가가 바라본 거시적 폭력 vs 김동규 작가가 바라본 미시적 폭력
[정컬처=김하늘 기자]
우리 사회에 만연한 ‘폭력’을 주제로 연령과 시대를 넘어선 예술적 대화를 도출하는 전시가 북서울미술관에서 진행 중이다.
북서울미술관을 대표하는 연례전으로 올해 3회째를 맞이한 《2016 타이틀매치》전은, 전방위적으로 다양한 매체와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유머와 해학으로 현실에 대해 발언하는 작업을 해 온 주재환(1941~ )과 빠르게 소비되고 폐기되는 현대사회의 시각물들에 집중하여 이를 날카롭게 통찰하는 작업을 펼치는 김동규 (1978~ )를 참여작가로 초대하였다.
<빛나는 폭력, 눈감는 별빛>이라는 부제 하에 개최되는 전시다. 세대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두 작가에게 이해되고 해석되는 방식을 통해 서로 다름 속에서 세대 간의 연대와 화합의 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폭력’이라는 공통의 주제 하에 새롭게 제작된 신작 중심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두 작가의 세대 간 간극만큼 서로 다른 시각과 태도를 반영하는 작업들이 대조를 이루며 흥미롭게 펼쳐진다. 원로작가 주재환은 역사가 기록되기 시작한 이래 쉼 없이 계속되고 있는 지구상의 전쟁, 테러, 분쟁과 같은 거시적 폭력에 집중하였다면, 차세대 작가 김동규는 일상의 풍경 곳곳에 부지불식간 배어있는 미시적 폭력에 주목한다.

우리 주변에 만연한 폭력을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전시이다. ‘폭력’을 주제로 총 32점이 전시되며, 이중 28점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신작으로  구성된다.
김동규가 주목하는 일상적인 폭력에서부터 주재환이 집중하는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 까지를 살필 수 있다. 전시를 통해 주재환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분쟁으로 인한 생명 경시와 살상, 죽음의 힘이 삶의 힘을 압도하는 현실을 드러낸다. 분쟁과 살상을 상징하는 오브제와 이미지, 군축평화 운동 단체들의 최근 수년간의 활동 자료와 팔레스타인 현역 만화가의 시사만평 등으로 구성된 이번 작업은 날로 강도를 더해가는 폭력에 무감각해진 현실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낸다.
▲ 주재환 작가의 <폭력 가스통>, 불꽃, 꽃다발 가변크기2016
희망이 아닌 절망에 투자하는 천문학적 돈뭉치를 불태워버리는 심리적 테러로서, 쌓아올린 박스 더미의 빈자리에 불꽃과 가스통을 설치하였다. 꽃다발은 이루어질리 없는 희망을 상징한다.
특히, 온갖 권모술수와 살상의 피바람이 부는 오늘날의 폭력상황을 빗댄 <삼국지 농담>이 눈에 띈다.  <삼국지 농담>은 조조, 유비, 장비, 여포 피규어와 관우 형상의 술병, 피규어 등을 통해 삼국지와 다름없는 오늘날의 폭력 상황을 패러디하였다.
삼국지는 한, 중, 일 3국의 천년 베스트셀러다. 서기 190년부터 280년까지 90년에 이르는 대륙의 혼란기에 등장한 수많은 영웅호걸들의 발자취를 소설로 꾸민 삼국지는 한국에서 400종이 넘는 판본이 발행되었다고 한다.
또한 영화,게임,만화, 삽화, 판화, 민화, 무신도, 판소리, 애니메이션, 피규어 등의 다양한 삼국지 관련 파생품들이 대중문화 속에 녹아 있다. 삼국지에는 사회정의 실현보다는 통치 권력을 잡기 위한 온갖 권모술수와살상의 피바람, 민생을 경시하는 당대의 시대 상황이 담겨있다.
김동규는 빠르게 효용가치를 다하고 버려지는 현대사회의 시각물들을 포착하여 그 안에 내재된 의미를 끈질기게 탐구하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온라인 매체, 거리의 애드벌룬 입간판, 학교 교실에 걸려있는 국기와 교훈, 반성문 등을 소재로 한 설치, 영상, 드로잉 작품들을 통해 이제는 우리사회의 환경으로 자리 잡아버려 미처 인지하지 못하게 된 일상 속의 폭력을 드러낸다.
▲ 김동규 작가의 <각개전투> 혼합재료, 지름 30cm 길이 400cm, 애드벌룬 7점, 10분에 한 번_30초씩 기립, 2016 한 때 유행했던, 가게들 앞의 춤추는 입간판을 변주한 작품이다. 평화, 행복, 희망 등의 아름다운 상호명을 한 다양한 가게들이 미사일 춤을 춘다.
세대가 확연히 다른 두 작가의 작업은 한 공간 안에서 대결하고 어우러지는 협업으로 완성된다. 폭력이라는 주제에 대하여 그것을 대하는 태도나 작업화해 내는 방식은 작가 개개인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이자 이들 작가가 속한 세대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이들이 대변하는 세대들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 상태를 드러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일부가 되어버려 이제는 그것을 폭력이라고 인식할 수조차 없게 되어버린 일상적인 폭력에서부터 전쟁이라는 거대한 폭력까지를 살필 수 있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주변에 만연한 폭력을 인식할 수 있는 각성의 첫걸음을 뗄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16 타이틀매치》전은 10월 16까지 노원구 중계동에 소재한 북서울미술관에서 무료로 만날 수 있다.
Aug. 2016 
seoul
http://www.jungculture.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565


주재환, 크기의 비교 B=52 VS. 빈 라덴 1/10 스케일,
2002, 천에 프린트, 나무조각

주재환, 애국자가 없는 세상, 2016
혼합매체, 가변크기


Photos via https://www.face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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