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보다 낯선_Stranger Than Paradise

1997-2003 ART OMI Regidency Program 참여작가 12인展

2004_0604 ▶ 0711

토탈미술관


●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 이 도시, 이 일상을 '이방인'의 눈으로 본다면 어떻게 비칠까. 너무 익숙해서 진부하기 조차한 거리와 나무와 집들과 사람들을 이 도시에 처음 도착한 낯선 자의 눈으로 본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일까. 더러는 흔적도 없이 도망쳐 버리고 싶고 할 수만 있다면 지우개로 지우듯 모두 지워버리고 난 후 어떤 새로운 세상으로 다시 그려놓고 싶을 만큼 반복적이고 거칠고 위험스런 현실을 이방인의 눈으로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때로는 몹시 평화스럽고, 한가하기 그지 없는 도시 풍경의 이면은 어떤 것일까. 

● 1982년부터 2년에 걸쳐 짐 자무쉬(Jim Jarmusch)가 완성한 3부작 영화 『천국보다 낯선』은 사막이나 툰트라, 얼어붙은 호수와 다를 바 없는 가짜 천국에 불과한 세계 혹은 일상을 이방인의 시선으로 가로지른 영화이다. 이 흑백 영화는 지난 십 년간 이 작품에 쏟아진 무수한 찬사로 인해 이미 고전이 되어버렸고, '실험'과 '포스트모더니즘'에 관한 더할 나위 없이 풍부한 논쟁거리를 제공하는 텍스트로서 여전히 그 낯설음과 새로움으로서의 생명을 유지하고 있다. 

● 이 전시 제목은 작품이나 전시의 주제가 아니다. 제목의 결정은 작가들끼리 모여 토의한 뒤에 몇 개의 후보 제목 가운데 하나를 정했다. 『천국 보다 낯선』이란 제목은 어떤 고정된 의미를 갖지 않는다. 작가들은 각자 생각하는 천국들이 있거나 없거나 일 것이다. 파라다이스는 '벽으로 둘러싸인 내부'(walled in)를 의미하며 공간적으로 낯선 장소, 무장소, 좋은 장소를 말한다. 또한 gar(보호하고 막는다)와 eden(즐거움)의 합성어인 정원(庭園)을 가르키며 시간적으로는 시간과 시간의 사이, 즉 유크로 노이아(무시간성)을 말한다. 

● 일상과 세속의 현실과 다른 낯선 곳이지만 이 낯선 곳 보다 더 낯선 곳은 과연 어느 곳을 지칭하는 것일까? 그것은 현실 지평으로 다시 되돌아오는 어느 '문턱'의 낯설음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의 영혼 안에도 주름이 있고 사물들 안에는 이중의 주름이 있는 것일까? 우리의 삶은 미로(迷路)이다. 미로는 복잡한 것 (multiple)으로서 많은 주름(fold)으로 채워져 있다. 따라서 필요한 것은 자연을 조사하고 동시에 영혼을 해독하며, 물질의 겹 주름들 안에서 보고, 동시에 영혼의 주름들 안에서 읽은 '암호 해독법' 같은 것을 만들 필요가 있다. 그것은 결코 허황된 미래의 이상향도 목적의식적인 단선적인 사고나 실천의 행로 속에 있는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지금 현재 속에 접혀있는 주름을 따라 그려지는 선들의 풍경이 아닐까? 이 전시는 참여 작가들이 각자 뉴욕의 오마이를 경험하고 서울의 일상 현실을 살아가며 자신의 영혼 안에서 그리고 사물 속에 속한 그 주름을 찾아가는 여행의 궤적을 보여줄 것이며 그것들은 관객들에게 처음 본 낯선 이국적 풍경일 수 있고, 마치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旣視感, deja vu)을 불러일을킬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의 삶은 언제든 시간-물질의 통로를 지나가며, 그 현상은 질 들뢰즈의 말처럼 흡사 무한히 많은 공기소총이 서로 꼬리를 이어서 발포하는 것과 같다. 

임신한 망치, 라디오 주전자 등 기묘한 오브제와 서사의 방식을 통해 작업해 온 김범의 이번 작품은 백조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스치로폼을 재료로 하여 두 손의 모습을 가진 오브제이다. 두 손의 모습은 그림자로 백조의 모습을 만들 때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 조각을 물에 띄워 무선 송신기로 조정하면 실제 전 후진, 변속, 방향 전환 등의 동작을 작동시킬 수 있다. 오브제로서 진열될 때는 목재로 된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잊혀져 가는 기억을 떠올린다. 진열 상태에서는 물위에서 동작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나 모형보트 처럼 동체의 스크류, 키 등의 수상작동을 위한 기계적 부분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어떤 대상의 모방 또는 의태가 양면적으로 지니는 사실성과 허구적 인위성을 배경으로 한다. 조각적 노력과 기계적 수단을 통해 의태적 형태의 이 오브제는 의태와 연관된 인간의 본능적이고 유희적인 표현성을 또 하나의 배경으로 한다.

● 아트 오마이(ART OMI)는 미술가, 문인, 음악가를 위한 국제적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1년 내내 현대 조각전이 펼쳐지는 공공 전시 공간의 조각 공원을 갖고 있다. 뉴욕시에서 2 시간 반 가량 떨어진 허드슨 강 계곡의 오마이에 위치한 아트 오마이는 1992년에 설립되었고, 지금까지 50여 개국의 400여명의 예술가들이 참가했다. 미술가들을 위한 '인터내셔날 아티스트 콜로니'는 이곳에 마련된 작업실에서 매년 7월 약 3주간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미술가 30여명이 함께 작업하고 전시하는 체류 프로그램이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1997년부터 매년 2인을 선발하여 지원해 왔다. 

● 아트 오마이에서의 경험은 작가들에게 평온하고 지루하고 낯선 '파라다이스'를 떠올린다. 깊은 숲과 넓은 뜰, 고요한 연못, 평온함과 간소한 삶의 정경은 '숲 속의 생활'로 불리는 『월든』을 마음 속에 그리게 한다. 『월든』 저자인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월든 호숫가에 단 28달러를 갖고 통나무 집을 지어 살았고 평생을 국가의 간섭에서 벗어나 시민 불복종론자로 일관된 생을 살았다. 그의 생애와 저술은 전후 세대 미술가들에게 현대판 실낙원을 소생시켜주었지만, 도시의 바쁜 일상에 젖은 우리에게 그 풍경은 낯설기만 하다.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은 이 전시를 통해 그간의 지원 사업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하며, 토탈미술관은 젊고 재능 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통해 실험적인 미술관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길 희망한다. ■ 파라다이스문화재단



:LEE Youngchul(이영철)
Description:Published in conjunction with an exhibition featuring the work of 12 Korean artists who were awarded grants by the Paradise Culture Foundation to participate in the ART OMI Residency Program in New York between 1997 and 2003. The exhibition was held from June to July 2004 at the 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Images in the catalogue are accompanied by artist statements. Artist biographies are provided.


Language/s:English, Korean
:An Expedient—'Stranger Than Paradise' - LEE Youngchul(이영철)
:KIM Beom(김범)Sora KIM(김소라)KIM Jongku(김종구)Gimhongsok(김홍석)PARK Yoonyoung(박윤영)OH Inhwan(오인환)YOO Hyunmi(유현미)LEE Somi(이소미)Soonjoo YI(이순주)JEONG Soyoun(정소연)JUNG Yeondoo(정연두)JEOUNG Jaechoul(정재철)
:LEE Youngchul(이영철)
Publisher:Paradise Culture Foundation (Seoul )


Venue:Total Museum of Contemporary Art (Seoul )
Year of Publication:2004

http://www.aaa.org.hk/Collection/Details/44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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